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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오붓하게 H플러스 마트에 갔다
장을 마치고 차로 돌아와 출발하려는데 백밀러에 쪽지 한통이 꼽혀 있었다.

내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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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분께 알려드립니다.
운적석쪽 앞뒤 문짝사이 스크래치 나셨습니다.
검정색 ㅇㅇㅇ(차종) xxxd xxxx (번호판) 차량 소행입니다.

그냥 가신것같아 알려드립니다.
010 xxxx xxxx => 목격자
ㅇㅇㅇ(차종) 차량 전화번호를 미처 못봐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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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나의 차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큼지막하니 훑은 자국이 나있었다.
차에대한 분노, 슬픔, 짜증보다는 이 한통의 쪽지를 남겨주신 분이 너무 감사해서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감사인사를 하려 전화를 했다. 여자분이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착한분이었다!!!
감사인사를 하려 전화를 했지만... 무턱대고 전화를 하는 바람에 나의 고마움을 제대로 표하지 못한채 종료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참으로 불친절했다. (나의 기분이 상쾌하지 않아 그분의 평소 말투가 그리 들렸는지도 모른다.)
경찰왈 : 그곳은 도로가 아니기에 민사사건이라서 자신들이 개입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다. 상상도 못할 레이스를 치신다.
본왈 : 차를 고장내고 뺑소니쳤는데 법적 문제가 없다니요? 일단 콜로 묶었다.
경찰왈 : 그쪽에서 발뺌하면 나에겐 국물도 없단다. 법적으로 뺑소니가 아니란다. 다시 같은패로 레이스를 치신다.
본왈 : 차량 번호 알고 있으니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당연히 다음에 경찰분이 레이스로 받을것을 알면서 레이스를 쳐봤다.
경찰왈 : 그건 안된다고 하신다.(나도 그정돈 알고있다. 다음 한수를 위해 포석을 깔아 놓은것이다.) 그러면서 경찰서로 오란다. 올인하신다.
본왈 : 아무런 답도 안주면서 오란다고 갈 내가 아니다. 나도 지금 바쁘다 했다.
그러허니 대충 경찰측에서 가해자측에 연락좀 취해주시고, 연락좀 달라했다.(유치하지만 처음에 가해자 전화번호 달라는 포석을 깔아놓은뒤, 가해자가 나에게 전화를 달라고 했다. 근데 이것도 포석이냐????) 나도 올인
경찰왈 콜!!

그렇게 전화를 끊고 귀찮지만 5층에서 지하2층까지 그 느린 경사 자동이동 발판(? 지금 생각하니 그거 이름 뭐지?)을 타고 내려갔다.
사고 조사반이 왔다. 그리고 다시 5층으로 올라갔다. 5분 넘게 걸린다. << 요 한줄 짧지 않은가?
그렇다 굳이 지하2층 고객만족센터까지 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무전기 든 사람 아무나 붙잡고 말하면 되는것이었다!!!

올라가는 중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가해자가 나에게 전화를 줘도 되겠냐고... 좋다고 하고 끊었다.
불친절하게 느꼈던 그의 말투가 누그러져
'아! 저분 말투가 원래 귀찮은 투였군! 처리는 그리 느리지 않게 하시네!'라고 감사해 했다.

가해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짜증섞인 말투다. 대꾸 안했다.
무슨말하나 보자고 가만히 있었다. 종알종알 핑계대신다.
결정적으로 살짝 아주 살짝 대었다고 하신다.
내차에 나있는 상처는 너무 깊다고 하였다.
온단다.
오라했다.

내 주차요원에게 물었다.
만약 CCTV에 찍히지 않은 사고일경우 어찌되냐고, 답은 간단명료했다
그건 피해자가 감수해야 할일이란다.... 역시 그렇군...
이제부턴 대형 마트 갈때는 CCTV위치 확인하고 그곳에다 주차를 해야겠다 생각해본다.

그러던중 위에 친절하신 목격자분께서 문자를 해오셨다. 끝까지 친절하시다.
지금 가해자 온다고 문자를 보내는중

왔다. 그가 왔다.

보자마자 사과보다 들이댄다.
난 문자질에 약하다. 그분 계속 들이대신다.

'어? 요사람 보게! 내가 지금 문자질로 절절매고 있으니 절절이로 보이나? 내 성격을 모르니 이러겠지?'
일단 문자를 계속 썼다. 나의 문자는 계속 오타가 난다. 문자를 연습해야겠다 생각해본다.
왜 받침 ㄴ등등 누른다음 ㄴ 자음 들어가면 바로 안가는거야!! 예...난나, 룰루, 각개.....
그는 계속 자기 잘났다고 옆에서 들이댄다. 그의 말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내 딱 한마디 했다.
"아저씨! 말 똑바로 하세요. 후회하기 싫으면!"
다분히 감정이 섞여 있었을것이다.

그때부터 그도 조금 말투를 누그려트리고 똑같은 말 반복한다.
드디어 문자가 끝났다.
문자내용을 요약하자면 '가해자가 지금 온다네요' 였다.
문자는 그리갔지만 가해자는 벌써 와서 항변하고 있었다...ㅡㅡ;;

이분 참 말 많다.
긴말 필요없고 어떻게 하실거냐고 했다. 보험처리 한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다.

그후로도 몇번 선녀같은 목격자님께서 문자로 안부를 물어주셨고 난 감사하단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좀더 멋지게 감사를 표했어야 했는데...
다행인건 목격자님에게 경찰서에서 귀찮게 하지 않았다는것이 다행이다.


고민인건

가해자가 너무 괘심해서 문짝 두개를 교체해 버릴까?
아니면 그래도 양심이 있지, 교체는 좀... 도색을 할까?의 심각한 고민에 쌓여있다.



그리고 선녀같으신 목격자님. 새해 복 많이많이많이 받으시고, 기회가 된다면 비슷한 다른분에게 갚겠습니다.


------------ 아!! 결론은 그냥 깔끔하게 도색하고 끝냈다. 난 착하니까!!!!